우체국
아름다운 만남을 위해
거울 앞에서 단장하는
소녀의 마음으로
상처 나지 않게
살포시 첫 장 열고
운명의 만남을 위한 이름
곱게 적어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이어줄 끈을 찾아
우체국에 갔습니다.
사나흘이 걸려
그대에게로 가는
초야를 위한 길
주어진 여비를 부치며
마냥 행복한 시간
시집(詩集)을 받고
그대가 지을 표정과
한 줄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애꿎은 미소로 보내는
수고로움에 대한 화답
빨간 우체통과 함께
우리가 잃어버린
느림에 대한 이어짐을
그곳엔 그대로
소중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 퇴직 후 시집을 출판하여 지인들과 책 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시집 첫장을 열어 시집을 받아 볼 분의 성함을 정성들여 쓰고 주소를 붓으로 곱게 써서 집에서 우체국까지 1.5km
백마강 변을 따라 타박 타박 걸어가서 우체국 문을 열면 직원의 상냥함 미소가 반기는 곳
느려도 기다림이 있고 믿음이 있는 곳 부여 규암 우체국입니다.
무질서 같지만 아름다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