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08) 썸네일형 리스트형 깨어 있는 고도 사비여 깨어 있는 고도 사비여사비 천도遷都 높은 꿈이 능산리 언덕에 푸르른데삼충신의 붉은 넋은 낙화암 바위 아래 흐른다부소산성 숲길마다 스며든 백제의 옛 숨결이금강의 푸른 물결 위에 서려 오늘에 전해오네 백마강 강바람은 천년의 눈물을 싣고 돌고정림사지 오층석탑은 말없이 노을을 바라보나니화려했으나 사치하지 않았던 성왕의 대제국이스러진 등불처럼 황산벌 저편으로 저물었도다 궁남지 연꽃들은 해마다 피어 향기를 더하고사비성의 달빛은 깨어진 기와 조각을 비추는데찬란했던 금동대향로의 연기는 사그라졌어도오백 년 도읍의 기상은 대지 깊은 곳에 남았구나 망국의 서러움도 세월의 이끼 속에 묻어두고부여의 흙을 딛고 다시 피어날 내일을 꿈꾸며역사의 도도한 강물은 오늘도 멈추지 않으니찬란했던 고도의 영광이여, 영원히 깨어 있으라 호빵 호빵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리움손 불며 마주하던 날단발머리 소녀가 건넨 호빵은달달한 나의 첫사랑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끌어도 하얀 호빵 한 덩이는 온 세상을 따스하게 물들이며겨울을 품고 제 가슴을 열었지내 유년을 내 마음을내 고향을아득히 채우고도 남을 온기 십리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아까워 차마 베어 물지 못하던 소년은 어느새 스산한 바람 부는 가을 역시린 손 호호 불며 홀로 서 있네 고구마 고구마울퉁불퉁 못생긴 흙투성이 얼굴땅속 깊은 방에서 무엇을 꿈꾸었니영차영차 햇살 향해 손을 뻗으며보라색 단잠을 달콤하게 키웠구나토닥토닥 수고로움에 온기를 더하면따끈한 손치기하며 호호 불어 한 입말랑말랑 노랗게 피어나는 미소한겨울도 사르르 녹이며온 세상을 미소로 채운다 아내 아내 서로의 눈 속에서 길을 잃고날카로운 외면을 매만지던 밤거울 속 허상을 놓쳐바닥에 흩어진 파편들이날을 세워 아프게 찔러온다 상처받지 않으려 움켜쥔 조각들이서로를 깊숙이 찔러붉은 피가 흐르고서야 깨달았습니다우리가 마주 보았던 것은스스로 세운 지독한 벽이었음을 얼룩진 거울을 거두어 내고날것의 얼굴과 마주하는 순간가만히 품어 안고 싶어집니다그 깊은 상처 뒤에 숨어 있는당신의 고운 숨결을 도토리 도토리초록 빵모자 꼭 눌러쓰고 쌔근쌔근 낮잠 자던 꼬마 가을바람이 슬쩍간지럼 태우면 깜짝 놀라 모자를 벗지요 또르르 다람쥐 볼우물 가득가을을 채워주고 꼭꼭 숨은 늦둥이 하나보슬보슬 흙이불 덮고 겨울잠을 잔대요 귀가 歸家 귀가 歸家 흔들림 없이 어떻게 움직이겠니 우회전도 하고 좌회전도 해야지 때로는 멈추고 속도를 내야 할 때도 있단다 집으로 가는 길은 꾸준히 방향을 잡는 일이지 둘째 부인 둘째 부인 보고 싶은 시간에 머물고 싶은 곳에서언제든 소환했다 언제든 돌려보내는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자유로운 인연너는 나의 영원하고 변함없는 연인옷깃을 열면 은밀하게 풍겨오는 체취활자의 숲을 지나 마침내 마주한 한 여인 날카로운 콧날은 냉정하게 나를 읽고다정한 입술은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며문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그녀는 매번 다르게 웃는다 역사의 장식품을 달 땐고결하고 아늑했다가소설의 단추를 풀 땐한없이 요염해지는 눈빛오늘도 새벽을 밝히며 너의 매끄러운 살결을 탐닉한다 머뭄에 대하여 머뭄에 대하여 살랑이는 바람 끝에오래 남는 것은꽃이 아니라 푸른 잎새입니다 한때 눈부시던 꽃은소리 없이 떨어져쉽게 사그라지지만 상처를 아는 몸짓끼리서로를 배려하는 잎새는오래도록 푸르게 머뭅니다 이전 1 2 3 4 ··· 64 다음